낙인과 방임 사이, ‘구조 점검’이라는 세 번째 해법
반복되는 실수는 ‘개인의 능력’보다 ‘업무 구조’를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직장에서 반복되는 실수를 마주할 때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저 사람, 왜 똑같은 실수를 또 하지?”라는 질문일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개인의 성향이나 주의력, 책임감 부족을 의심하게 되죠. 그러나 실무 관점에서 반복 실수를 볼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업무가 흐르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팀원이 보고서를 자주 틀린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물론 본인의 검수 부족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원인이 숨어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1) 업무량이 한 명에게 과도하게 밀집되어 있거나,
(2) 필요한 정보가 정제되지 않은 채 전달되거나,
(3) 중간 검토 단계가 없는 구조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4) 결과물에 대한 기대 기준이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아 팀원 스스로 “어디까지가 완성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휴먼 에러처럼 보이는 문제 중 상당수는 사실 업무 구조적 에러입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같은 시점에 틀리고 있다면 그건 개인보다 구조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훨씬 생산적입니다.
어떤 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하는지를 흐름도 형태로 펼쳐놓고 보면, 문제의 원인이 한눈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반복 실수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누가 틀렸나?'가 아니라
'어디에서 틀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가?'
를 질문하는 것입니다.
이 관점 하나만 바뀌어도 이후의 대화 방식, 개선 방향, 팀의 분위기까지 크게 달라집니다.
실수를 줄이는 대화는 ‘피드백’이 아니라 ‘프로세스 재구성’이어야 합니다
반복 실수가 생기면 많은 팀장님이 “다음엔 좀 더 신경 써주세요”, “이 부분은 실수하면 안 됩니다” 같은 피드백부터 주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피드백은 실무적으로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실수를 개인의 태도나 주의력 문제로 가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접근은 문제를 중심으로 프로세스를 다시 펼쳐보고 함께 개선점을 찾는 ‘프로세스 리뷰’ 방식입니다.
프로세스 리뷰의 핵심은 실수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전체 흐름을 단계별로 시각화하고 어느 지점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이 방식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첫째, 수행된 업무의 단계를 모두 나열합니다.
“요청 접수 → 자료 수집 → 작업 진행 → 중간 검수 → 최종 제출”
이 흐름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문제 구간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둘째, 각 단계에서 팀장과 팀원이 서로 어떤 기대치를 갖고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자료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중간 검수가 생략됐다”,
“마감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같은 상황이 발견됩니다.
대부분의 반복 실수는 이 단계에서 명확성 부족이 문제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셋째, 실수를 예방할 수 있는 구조적 대책을 만듭니다.
예를 들면,
- 중요한 산출물은 중간 검수 단계를 추가하고,
- 일정 산정은 팀원이 먼저 ‘가능한 마감일’을 제안하도록 하고,
- 자료 품질이 낮을 때 바로 시작하지 않고 기준을 재정의하고 요청하는 방식 등입니다.
이 과정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개인의 잘못을 추궁하는 대신, 문제가 발생한 ‘맥락’과 ‘구조’를 발견하게 만든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팀원은 불필요한 죄책감이나 낙인을 벗어나고 팀장은 감정 소모 없이 문제 해결 중심으로 대화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실무에서 반복 실수를 줄이고 싶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인 피드백이 아니라 업무 재설계입니다.
반복 실수를 줄이는 리더십은 ‘통제’가 아니라 ‘정확한 개입’에서 나옵니다
반복 실수가 계속되면 팀장은 두 가지 극단적 반응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하나는 “그냥 내가 할게요”라며 업무를 회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언젠가 나아지겠지”라며 팀원을 방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 방식 모두 팀 전체에 부담을 줍니다.
업무를 회수하면 팀원의 자신감이 무너지고, 방임하면 팀의 품질 기준이 무너집니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마이크로 매니징(과도한 통제)이 아니라,
‘마이크로 케어링(정확한 지점에서 최소한의 개입)’입니다.
마이크로 케어링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명확함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배려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애매하게 말하면 오히려 상호 스트레스가 커집니다.
명확한 기대치와 기준을 주는 것이 팀원을 위한 가장 실질적인 지원입니다.
둘째, 팀원의 의도를 선하게 가정하는 것입니다.
팀원이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대부분 능력 부족이 아니라 정보 부족·기대치 불일치·과부하·구조적 결함 때문입니다.
이 전제를 가지고 대화하면 관계가 훼손되지 않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셋째, 개별 문제 해결을 넘어 팀 전체를 위한 프로세스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반복 실수를 기회로 삼아 팀의 기준·검수 구조·일정 산정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팀장 개인의 사소한 개입이 아니라 팀 전체의 ‘퀄리티 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결국 실수를 줄이는 팀장의 능력은 사람을 통제하는 데서가 아니라
업무의 흐름을 재설계하고 필요한 지점에서 정확하게 개입하는 데서 나옵니다.
이게 바로 지속 가능한 리더십이고, 팀원을 성장시키는 방식입니다.
정리
- 반복 실수는 개인보다 업무 구조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 피드백보다 프로세스 리뷰가 문제 지점을 찾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 통제가 아니라 필요한 지점에서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마이크로 케어링이 가장 실무적입니다.
- 실수를 줄이는 핵심은 개인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업무 구조를 재정비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