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무 이해보다 먼저 필요한 건 '내 역할의 경계'를 정확히 잡는 일입니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처음 기획 직무로 입사하면 누구나 한 번쯤 기대합니다.
‘기획자는 제품 전체를 보는 사람이니까 전략도 만들고, 사용자를 분석하고, 새로운 기능도 주도하겠지.’
하지만 현실은 의외로 달라서 많은 주니어가 초반에 혼란을 겪습니다.
실제 업무는 전략보다 기본기와 운영 업무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 기획안·정책 문서·화면 설계를 계속 업데이트해야 하고
- 매일 새로운 회의가 생기며
- 예상치 못한 이슈 대응을 해야 하고
- CS 데이터를 정리해 문제의 패턴을 분석해야 하고
- 여러 팀과 리소스를 조율해야 합니다
즉, 초반 업무는 대단히 실무적이고 반복적인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이걸 “기대와 다르다”라고 받아들이기보다 [기획자의 기반을 다지는 필수 단계]라고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합니다.
기획 직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내가 책임져야 하는가?'를 모르는 상태로 업무를 맡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 화면 설계까지 내가 해야 하는가?
- 백엔드 구조는 어느 정도까지 이해해야 하는가?
- CS 대응을 어디까지 직접 봐야 하는가?
- 일정 조율은 내가 리드해야 하는가? 아니면 리드만 지원하면 되는가?
이 경계가 모호하면 초반 3개월은 끝없이 헤매게 됩니다.
기획 직무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내 역할의 경계·책임·우선순위'를 스스로 정의하는 일입니다.
누구도 이걸 대신 정해주지 않습니다. 이걸 빨리 붙잡는 사람이 빠르게 성장합니다.
경쟁력은 ‘전략적 사고’가 아니라 ‘관점의 넓이’에서 시작
기획 직무는 특성상 여러 직군과 협업합니다.
개발·디자인·마케팅·고객센터·사업팀 등 전부 다른 배경과 언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합니다.
주니어 기획자가 현실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내가 설명하는 내용이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는 설명 스킬 부족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는 의도보다 기술적 제약과 구현 범위를 먼저 생각하고,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흐름과 심미성을 먼저 보며,
CS 담당자는 사용자 불편의 빈도와 패턴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따라서 주니어 기획자가 성장하려면 초반에 ‘전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각 직군의 관점을 빠르게 배우는 것이 훨씬 실무적이고 효과적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방식이 도움이 됩니다.
- 개발자에게 “왜 이 방식이 어려운가?”를 직접 물어보기
- 디자이너에게 “사용자가 여기서 헷갈릴 포인트가 뭘까?”를 물어보기
- CS 담당자에게 “불편 패턴이 가장 많은 기능이 어디인가?”를 물어보기
- 마케터에게 “지금 사용자 반응의 핵심은 무엇인가?”를 물어보기
이 질문들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내가 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문제를 더 구조적으로 보게 됩니다.
기획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게 실력의 출발점입니다.
기획자로서의 기반과 경쟁력이 될, 주니어 시절의 ‘반복 업무’
처음 기획 직무에 들어오면 반복 업무가 너무 많아 보이고 ‘이게 기획자의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기획자에게 중요한 역량은 처음부터 전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본 프로세스를 빠르게 익히고 정교하게 다듬는 능력입니다.
여기서 반복 업무가 의외로 큰 힘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 반복되는 CS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진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계속되는 회의 정리 과정을 통해 논의의 핵심을 뽑아내는 감각이 생깁니다.
- 지속적인 문서 업데이트를 통해 기획의 누락·충돌·모순을 스스로 찾아내게 됩니다.
- 협업 요청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상대팀의 우선순위·리소스 구조를 이해합니다.
이런 반복적 업무가 쌓이면 어느 순간부터 '문제를 좁게 보지 않게 되는 경험'이 찾아옵니다.
이게 바로 주니어 기획자의 전환점입니다.
기획 직무는
- 화려한 전략의 결과물보다
- 바닥에서 쌓아 올린 작은 경험들
- 이 더 큰 성장을 만들어냅니다.
이걸 이해하는 사람은 주니어 시절의 시간을 낭비가 아니라
경쟁력을 만든 기반 공사라고 인식합니다.
그리고 그 관점 하나가 경력 3년 차 이후의 기획 능력을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정리
- 주니어 기획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전략 부족이 아니라 역할 경계의 모호함입니다.
- 기획자의 경쟁력은 “전략적 말빨”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해석하는 능력에서 시작됩니다.
- 반복적인 실무 업무는 성장의 장애물이 아니라 기획자로서의 기반을 만드는 훈련입니다.
- 기대와 현실의 차이를 줄이려면 “역할 정의 → 관점 확장 → 반복 경험 축적”이 순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