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새해, 다시 깃발을 들 시간
새해를 맞이한 첫날 벌써 하루가 다 지나가고 있어. 참~ 묘한 기분이 들어. 아침에 눈 비비며 떡국 대신 먹은 라면은 이미 다 소화 됐고, ‘올해는 진짜 다를 거야’ 했던 아~주 작은 설렘은 있었지만 벌써 잊혔어. 그리고 내일 아침엔 어김없이 출근을 할 것이고, 다시 돌아올 일정, 다시 익숙해질 일상. 매 년 돌아오는 새해는 점점 기쁘기보다는 묵직함을 남기는 것 같아.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우리에게 아주 단단한 문장 하나를 건네는 작품이야. ‘가장 어두운 밤이라도 내일은 반드시 온다’는 믿음. 이 작품의 인물들은 진창 속에서도 하늘을 보잖아. 빵 한 조각에서 시작된 삶이 촛대 하나로 방향을 바꾸고,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마침내 바리케이드 위의 깃발로 이어지지.
새해 첫날 저녁의 포스팅으로 이 이야기를 고른 이유는 딱 하나야. 우리한테 필요한 건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꺼지지 않는 마음이니까. 오늘 살펴 볼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바닥 가까이 낮출 거야. (Low Angle) 그들이 쌓아 올린 잡동사니 바리케이드를, 세상에서 가장 높은 성벽처럼 보이게 말이야.
[시놉시스 | 빵, 촛대, 그리고 혁명]
19세기 프랑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긴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장발장은 출소 후 다시 길 위에 내던져진다. 그러나 미리엘 주교의 용서와 은촛대는 그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는다. 장발장은 신분을 숨기고 시장이 되어 가난한 이들을 돕지만, 법과 원칙을 신봉하는 경감 자베르는 끝까지 그를 추적한다.
시간이 흘러 파리에는 혁명의 기운이 번지고, 장발장의 양녀 코제트와 사랑에 빠진 청년 마리우스, 그리고 이상을 외치는 젊은이들은 거리에서 바리케이드를 쌓아 올린다. 그들은 낡은 가구와 문짝을 쌓아 올려 ‘가능성의 벽’을 만들고, 새벽이 오기 전 마지막 밤을 버틴다. 결과는 비참할지라도, 그들의 선택은 헛되지 않은 내일의 씨앗이 된다.
오늘 내가 찍고 싶은 컷은 혁명의 전야, 바리케이드 꼭대기에서 붉은 깃발을 흔드는 앙졸라의 뒷모습이야. 거리는 어둡고 매캐한 연기로 흐릿하지만, 깃발 너머로 떠오르는 여명(Dawn)의 빛이 실루엣을 또렷하게 세우는 순간. ‘끝장’이 아니라 ‘시작’으로 보이게 담고 싶어.
2. Scene Reading: 잡동사니가 성벽이 되는 마법
바리케이드를 자세히 보면 솔직히 초라해. 의자, 책상, 마차 바퀴, 뜯어낸 문짝… 전부 누군가의 생활이었고, 이제는 버려졌던 것들이지. 그런데 위고는 그 더미를 단순한 장애물로 그리지 않은 거야. 그는 그걸 ‘사람들이 서로를 믿기로 한 흔적’으로 묘사한 거지.
그래서 여기서의 바리케이드는 ‘결심’의 표현으로 보이는 거야. 개개인은 약하고, 낡은 가구처럼 보잘것없어도 서로를 기대고 쌓이면 벽이 되는 거거든. 그리고 그 벽은 총알만 막는 게 아니라 절망이 밀려오는 속도도 늦춰 줘. 그래서 이 장면은 멀리서 보면 폐기물 더미처럼 보일 수 있어도, 가까이서는 인간의 의지가 엉겨 붙은 거대한 조각처럼 보여야 해.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선언 같은 형태로.

3. Director’s Cut: 바닥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선
이 장면의 웅장함은 미술이 아니라 시선의 높이에서 시작돼. 카메라가 어디에 서 있느냐가, 관객의 마음이 어디로 기울지 결정하거든. 나는 그들을 ‘완벽한 영웅’으로 꾸미기보다, ‘무너지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 거야. 그 차이가 더 오래 남아.
🎥 Camera Work: Extreme Low Angle & Human Monument
• 바닥에 붙는 카메라: 카메라는 거의 지면에 붙어서 촬영할 거야. 극단적인 로우 앵글로 바리케이드를 올려다봐서, 잡동사니가 ‘구조물’이 아니라 성벽처럼 느껴지게.
• 깃발과 하늘의 프레임: 앙졸라의 뒷모습을 ‘사람’으로만 잡지 않고, 깃발이 하늘을 가르는 선으로 보이게 할 거야. 깃발이 흔들릴 때마다 하늘이 찢기는 느낌을 주고 싶어.
• 군중의 숨: 얼굴 클로즈업을 남발하지 않고, 손과 어깨와 젖은 셔츠와 흙 묻은 신발 같은 디테일을 교차 편집할 거야. 영웅의 얼굴이 아니라 집단의 체온이 이 장면의 주인공이니까.
💡 Lighting: Blue Night vs. Firelight & Candle Truth
• 혁명(외부): 거리 전체는 차가운 블루 톤이 좋을 것 같아. 그 차가움이 ‘국가의 얼굴’처럼 느껴지게.
• 혁명(내부): 바리케이드 안쪽은 모닥불과 횃불의 오렌지 톤이 좋아. 차가운 세계 한가운데에 유일하게 뜨거운 공간이 있다는 대비를 만들면 좋을 것 같거든.
• 장발장의 촛불: 장발장의 선택과 고뇌는 과장된 조명보다 촛불 하나가 더 잘 표현 돼. 촛불의 작은 흔들림으로 얼굴의 명암을 갈라, 죄책감과 구원이 동시에 존재하는 사람으로 보이게.
🔊 Sound: Distant Drums & Flag in the Wind
• 전투보다 무서운 ‘직전’: 멀리서 들리는 북소리를 아주 낮게 깔아(Low frequency). 둥… 둥… 다가오는 운명처럼.
• 깃발 소리의 확대: 바람에 펄럭이는 천의 마찰음을 유독 선명하게 표현할 거야. 그 소리가 ‘살아 있음’의 증거처럼 들리게 말이지.
• 잠깐의 정적: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기 직전, 혹은 외침 직전엔 잠깐 비워. 관객이 숨을 크게 들이쉬게 만드는 정적. 그 한 번의 숨이 이 장면을 더 웅장하게 만든다.
[이번 장면의 핵심 쇼트]
- 바닥 로우 앵글: 잡동사니를 성벽으로 바꾸는 시선
- 불빛의 두 온도: 차가운 세계와 뜨거운 결심의 대비
- 깃발의 마찰음: 말보다 먼저 심장을 건드리는 소리

4. Editor’s Note: 촛대 두 개가 바꾼 인생
장발장의 인생을 바꾼 건 거대한 혁명 구호가 아니라, 미리엘 주교가 건넨 은촛대 두 개였어. ‘이 은으로 자네의 영혼을 샀네’라는 말은 결국 이런 뜻 같아. 너는 다시 살 수 있다. 그 한 줄의 허락이 사람을 완전히 바꾸기도 하거든.
새해를 시작하는 오늘 저녁, 우리한테도 바리케이드 같은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 근데 동시에 우리 마음속엔 각자의 ‘은촛대’도 켜져 있을 거야. 누군가에게 받은 친절, 이루고 싶은 꿈, 지키고 싶은 사람, 그리고 스스로에게 남겨둔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
나에게도 하는 말인데, 너무 겁먹지 말고, 오늘은 깃발을 들자. 내일은 온다.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 내일은, 누군가의 작은 촛불로부터 시작될 때가 많으니까.
[Scene Keyword]
Les Misérables, Victor Hugo, Barricade, Low Angle, Revolution, Candlelight, Chiaroscuro, Red Flag, Dawn, Hope
작품 : Victor Hugo, Les Misérables (소설/뮤지컬)
※ 본 글은 장면 해석/비평 목적의 오리지널 콘텐츠이며, 원문 인용은 최소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