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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리뷰2

[Scene #20] 안톤 체홉 『바냐 아저씨』 : 35mm 렌즈로 포착한 일상의 무력감과 '매직 아워(Magic Hour)' 조명 활용 1. 프롤로그: 억울함은 울음보다 먼저 목을 조른다내 경우, 가끔은 슬퍼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억울해서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것 같아. 참을 만큼 참았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거울을 보니까, 참은 만큼의 보상이 아니라 참은 만큼의 공백만 남아 있을 때가 있거든. 그 공백이 사람을 참... 미치게 하지. 울음은 흐르기라도 하는데, 억울함은 안에서 굳어져버려. 그래서 더 위험해지지.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는 그 굳어버린 억울함이 어딜 향해 튀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바냐는 평생을 영지의 장부와 일손에 묶어두고, 누군가의 명성과 이름을 위해 시간을 송금해 온 사람이야. 그런데 은퇴하고 돌아온 교수는, 바냐가 떠받치던 ‘위대함’의 실체를 너무 허무하게 드러내버려. 그 순간 바냐가 깨닫는 건 하.. 2025. 12. 27.
[Scene #16] 알베르 카뮈 『이방인』 : 작열하는 태양의 과노출(Over Exposure) 기법과 감각적 실존주의 해석 1. 프롤로그: 연기하지 않는 자의 유죄살아가다보면 그런 순간 있지 않아? 장례식장인데 이상하게 눈물이 안나는거야. 정말 슬픈게 맞는데 말이야(물론 보통 그러다 아무도 없을 때 펑펑 울기도 하지). 하지만 보는 눈이 있으니 애써 통곡하며 눈물을 쥐어짜잖아. 그리고 반대 상황으로, 전혀 웃기지 않은 누군가의 농담엔 박장대소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지. 맞아, 우리는 매일 조금씩 감정을 연기하며 살아. 잘 못된게 아니라, 그게 암묵적으로 약속된 사회성이고 매너이니까. 근데 여기, 그 연기를 끝까지 못 하겠다는 남자가 있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속 뫼르소. 그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정답 감정’을 억지로 꺼내지 못해.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고, 사과해야 할 때도 자기 안에 없는 말을 억지로 만들지 않아.그래.. 2025.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