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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감상2

[Scene #21] 데이비드 마멧 『글렌게리 글렌 로스』 : 자본주의적 욕망의 네온 누아르(Neon Noir) 미장센과 망원 렌즈 해석 1. 프롤로그: 숫자가 사람을 대신 말하는 날들연말뿐만 아니라, 매월 말, 혹은 평가 시즌만 되면 회사의 공기는 평소와 다르잖아? 특히 영업직군이라면 말이야. 뭔가... 무거워. 대화도 평소보다 조심스럽고, 눈치게임이 시작되는 느낌? 그때부터는 노력이나 과정이 아니라 숫자로 내가 평가 받게 되니까. ‘열심히 했다’는 문장은 뭐... 이미 증발해 있고,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지. ‘그래서 결과가 뭐야?’ 『글렌게리 글렌 로스』는 그 질문이 일상이 되어버린 공간을 보여줘. 여기서 판매는 설득이 아니라 생존이고, 동료는 팀이 아니라 경쟁자고, 침묵은 곧 패배처럼 취급돼. 보상은 번쩍이고, 낙오의 처분은 차갑지. 그래서 이 세계는 ‘회사’보다 ‘경기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 성과가 나쁘면 의자도, 말할 권리.. 2025. 12. 28.
[Scene #20] 안톤 체홉 『바냐 아저씨』 : 35mm 렌즈로 포착한 일상의 무력감과 '매직 아워(Magic Hour)' 조명 활용 1. 프롤로그: 억울함은 울음보다 먼저 목을 조른다내 경우, 가끔은 슬퍼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억울해서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것 같아. 참을 만큼 참았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거울을 보니까, 참은 만큼의 보상이 아니라 참은 만큼의 공백만 남아 있을 때가 있거든. 그 공백이 사람을 참... 미치게 하지. 울음은 흐르기라도 하는데, 억울함은 안에서 굳어져버려. 그래서 더 위험해지지.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는 그 굳어버린 억울함이 어딜 향해 튀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바냐는 평생을 영지의 장부와 일손에 묶어두고, 누군가의 명성과 이름을 위해 시간을 송금해 온 사람이야. 그런데 은퇴하고 돌아온 교수는, 바냐가 떠받치던 ‘위대함’의 실체를 너무 허무하게 드러내버려. 그 순간 바냐가 깨닫는 건 하.. 2025.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