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동물원1 [Scene #02] 테네시 윌리엄스 『유리동물원』: 기억의 왜곡을 시각화하는 소프트 포커스(Soft Focus)와 달빛 조명 분석 1.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각자의 ‘창고’에서 일한다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나는, 톰을 보는 게 편하지만은 않았어. 다리가 불편한 누나 로라, 신경질적이고 숨 막히게 통제하는 엄마 아만다를 두고, 자기 꿈을 찾겠다고 훌쩍 떠나버리는 한 편으로는 무책임한 사람. 그게 내가 처음 붙여준 톰의 이름표였을지도 모르지.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말이야, 이상하게도 '톰이 어떤 선택을 했나'보다 '톰이 어디에서 하루를 썼나'가 눈에 들어오더라. 그가 일하던 곳이 ‘신발 창고’였다는 사실 말이야. 상자 옮기고, 먼지 뒤집어쓰고, 상사의 눈치 보고,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하루를 버티는 곳. 거기서 톰은 몰래 시를 쓰고, 퇴근하면 “영화 보러 간다”며 둘러대고 밤거리를 쏘다니지. 여기서 갑자기 내 책상 위 업무 자료가 .. 2025. 12.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