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판소리1 [Scene #20] 안톤 체홉 『바냐 아저씨』 : 35mm 렌즈로 포착한 일상의 무력감과 '매직 아워(Magic Hour)' 조명 활용 1. 프롤로그: 억울함은 울음보다 먼저 목을 조른다내 경우, 가끔은 슬퍼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억울해서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것 같아. 참을 만큼 참았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거울을 보니까, 참은 만큼의 보상이 아니라 참은 만큼의 공백만 남아 있을 때가 있거든. 그 공백이 사람을 참... 미치게 하지. 울음은 흐르기라도 하는데, 억울함은 안에서 굳어져버려. 그래서 더 위험해지지.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는 그 굳어버린 억울함이 어딜 향해 튀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바냐는 평생을 영지의 장부와 일손에 묶어두고, 누군가의 명성과 이름을 위해 시간을 송금해 온 사람이야. 그런데 은퇴하고 돌아온 교수는, 바냐가 떠받치던 ‘위대함’의 실체를 너무 허무하게 드러내버려. 그 순간 바냐가 깨닫는 건 하.. 2025. 12.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