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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연출2

[Scene #10] 차범석 『산불』 : 대나무 숲의 명암 대비(Contrast)와 인간의 본능을 상징하는 붉은 조명 미장센 1. 프롤로그: 이념은 옷, 본능은 피부요즘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 뭐냐면,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주의(-ism)’와 싸우잖아? 정치색, 사회적 신념, 갈라 치기 같은 것들 말이야. 겉으로는 거창한 명분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막상 극한 상황에 닥치면 사실, 인간은 되게 단순해지지. 배고프면 밥을 찾고, 추우면 불을 찾고, 외로우면 체온을 찾잖아? 그러니까 명분은 겉옷이고, 결국 우리를 밀어 움직이는 건 피부에 달라붙은 본능이더라는 거지. 차범석의 『산불』은 한국전쟁이라는 가장 비극적인 배경을 깔고 있지만, 잘 보면 단순한 전쟁극은 아니야. 오히려 재난 스릴러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지독하게 멜로 같아. 남자들은 죽거나 끌려가고, 여자들만 남은 산골 마을. 그곳에 숨어든 한 명의 .. 2025. 12. 22.
[Scene #01]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고립된 가장의 심리를 표현하는 핸드헬드(Handheld) 앵글과 뒷모습 연출 1. 프롤로그: 어릴 땐 몰랐고, 지금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처음 이 희곡을 읽었을 때, 윌리 로먼은 그냥 '고집 세고 시대감각 없는 사람'처럼 보였어.그때의 나는 되게 단순했지. 누군가 무너지는 걸 보면, 그 사람의 성격부터 판단해 버리는 쪽이었거든.'왜 저렇게까지 자존심을 세우지? 난 저러지 말아야지.'이런 생각을 되게 쉽게 했어. 마치 인생이 선택지 몇 개로만 구성된 게임인 것처럼...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20대를 지나 30대를 건너서 40대까지 되니까… 이 작품이 완전히 다른 얼굴로 다가오는 거 있지?예전에는 건너뛰던 지문들이 갑자기 내 발목을 잡았고, 별일 아닌 것 같은 문장 하나도, 이상하게 오래 남아 있더라고. 특히 더 이상한 건, 공감이 이동했다는 거야. 예전엔 분명 큰 아들 비프 쪽에.. 2025.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