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서바라본풍경1 [Scene #53] 아서 밀러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 필름 느와르(Film Noir)의 짙은 그림자와 끊어진 다리 1. 프롤로그: 다리 위에서는 풍경, 다리 아래에서는 숨소리약 10여 년 전, 내가 일하던 곳은 신사동이었어. 일을 마치고 모임이 있는 옥수동까지 자주 걸어갔지. 지하철로는 두 정거장밖에 안 되는데, 걸으면 한 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였어. 이상하게도 그 길이 싫지 않았어. 하루가 끝났다는 걸 ‘발바닥’으로 확인하는 느낌이랄까. 옥수동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관문이 늘 한강 다리였는데, 아마 동호대교였던 걸로 기억해. 그 구간이 특히 좋더라.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다리 아래로는 한강이 조용하게 흐르고, 저 너머로는 서울의 불빛이 넓게 펼쳐지잖아. 젊었던 나는 그걸 그냥 낭만이라고 불렀어. 걷고, 숨 쉬고, 잠깐 멈춰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 있었거든. 그러다 문득, 내가 살던 마산의 .. 2026. 1.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