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화3 [Scene #54] 게오르크 뷔히너 『보이체크』 : 찢어진 서사와 붉은 달 아래 더치 앵글(Dutch Angle) 1. 프롤로그: 편집이 안 되는 소음이 있다예전 영상 작업을 한참 할 때 가장 스트레스받던 지점 하나가 음향이었어. 음향에 관한 지식이 없는 상태로 시작했던 영상이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해. 아무리 잘 만져봐도 정리되지 않는 소리가 남을 때가 있거든. 잡음 제거를 걸어도, EQ를 만져도, 끝까지 남아 있는 얇은 웅웅 거림 같은 거 말이야. 반면 보통은 지워야 맞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그 소음이 오히려 상태를 설명해 주기도 해. 화면이 안정적이지 않고, 마음이 한쪽으로 계속 밀리는 순간 말이야. 게오르크 뷔히너의 『보이체크』는 그런 작품인 듯 해. 이야기의 흐름이 매끈하게 이어지기보다, 장면이 툭툭 끊기고, 인물의 현실도 조각조각 나뉘어 보이지. 가난한 병사 보이체크는 돈을 벌기 위해 상관의 심부름을 하고.. 2026. 1. 13. [Scene #42] 에드워드 알비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 환상이 걷히는 새벽, 하드 라이트가 남기는 ‘잔해’의 미장센 1. 프롤로그: 파티가 끝난 뒤, 불 켜진 거실에서 남는 얼굴오늘은 퇴근 후 방에 들어오는 순간 느꼈어. 오늘 하루 참... 길었다는 걸. 밖에서는 멀쩡한 척 웃고 떠들며 사람들과 맞춰주다가, 퇴근 후 현관문 닫고 불을 켰는데 매일 보는 환경이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날 있잖아? 이런 날은 밝아진 조명 아래서 숨겨뒀던 피로감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보이더라고. 아까까지는 괜찮았던 표정이, 지금은 피곤하고 무표정하게 굳어 있는 거지. 에드워드 알비의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는 바로 그 순간을 밤새 늘려놓은 작품같아. 중년 부부 조지와 마사는 손님을 불러놓고도 서로를 배려하지 않지. 대화는 자꾸 칼끝으로 바뀌고, 농담은 모욕으로 착지하고, 사소한 말이 관계 전체를 흔들기도 해. 중요한 건, 싸움의 .. 2026. 1. 7. [Scene #41] 해롤드 핀터 『배신』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관계의 균열과 침묵의 미장센 1. 프롤로그: 결말을 아는 채로, 시작을 다시 바라보는 일어리고 젊었던 시절엔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고 맺었던 게 관계였는데,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상처만 남은 관계가 참 많더라고. 그래서 그런가... 점점 필요한 만남 외에는 관계맺지 않는 습관이 생겼어. 다만, 그러고 나니 뭔가 외로움도 함께 찾아오기도 하는...? 그래서 생각해 본 게 과거에 좀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순 없었을까 하는 후회도 있었어.어떤 관계는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더라.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면 기억들이 이상하게 정리가 되는 경우도 있지. 그 기억의 조각들이 뒤늦게 줄을 서면서, 마음 한쪽에 이런 질문이 남기도 하더라고. ‘내 관계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틀어져 있었을까?’ 해롤드 핀터의 『배신』은 그 질문을 아주 독특한.. 2026. 1.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