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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분석2

[Scene #38] 윌리엄 셰익스피어 『리어왕』 : 폭풍우 속의 '벌거벗은 인간', 그 제로 포인트(Zero Point)의 미장센 1. 프롤로그: 명함이 사라진 뒤에도, 너는 너로 남을 수 있을까2026년 새해에는 무엇을 쌓고 있어? 쌓지 못한 것들? 혹은 쌓여 있으나 더 쌓아야 할 것들...? 예를 들면 직함이나 경력, 통장 잔고, 집의 크기, 팔로워 숫자 등. 아, 내가 이 말을 꺼내는 건 그게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야. 그 덕분에 버티는 날도 많으니까. 다만 가끔은 말이야, 그 모든 게 ‘나’의 중심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서, 오늘 살펴볼 작품과 함께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해서. 만약 어떤 밤에, 그 중심이 통째로 사라져 버린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 있어? 내 이름 앞에 붙은 직함이나 호칭들이 사라지고, 내가 내세우던 배경이 한 장씩 떨어져 나가고, 결국 남는 게 ‘살아 있는 몸’ 하나뿐이라면. 그때도 우리는 스스.. 2026. 1. 5.
[Scene #33] 안톤 체홉 『벚꽃 동산』 :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딥 포커스(Deep Focus)와 소리의 잔상 1. 프롤로그: 버리지 못하는 건 물건이 아니라, 시간이다새 해를 맞이해서 방 정리를 하는 분들도 많지 않아? 나는 아마 방정리 한 번 시작하면, 70% 이상은 버릴 것들일 듯...생각해 보면 말이야, 어떤 물건은 분명 오래전에 역할을 끝냈는데도, 이상하게 손이 안 가는 폐기물이 되잖아. 낡아서 쓸 수 없고, 고쳐도 딱히 쓸 일이 없는데도, ‘그걸 치우는 순간’ 뭔가 더 큰 게 사라질 것 같아서... 사실 우리가 붙잡는 건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에 묻어 있는 의미나 추억 또는 시간이겠지? 안톤 체홉의 『벚꽃 동산』은 그 ‘버리지 못하는 시간’이 집을 통째로 삼켜버리는 이야기야. 당장 현실은 정리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정리 대신 추억을 빛내는 말만 더해. 체홉이 이 작품을 희극이라고 부른 건 잔인해서가 .. 2026.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