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44] 이강백 『결혼』 : 소유가 빠져나가는 순간들, 뺄셈의 무대와 핀 스팟의 고립
1. 프롤로그: ‘내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불안이 같이 따라온다난 나이에 맞지 않게 '내 것'이 참 없긴 한데, 잘 보면 우리는 습관처럼 '내 것'으로 말하는 것이 많은 듯 해. 예를 들면 ‘내 집’, ‘내 차’, ‘내 시간’ 등. 그 말이 주는 안정감이 있거든. 근데 한 번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그 ‘내 것’이 사실은 계약서 위에 얹혀 있는 경우가 많잖아. 대출이 끝나야 내 집 같고, 할부가 끝나야 내 차 같고, 일정이 비어야 내 시간이지. 이강백의 『결혼』은 그 불안을 아주 단순한 장치로 보여줘. ‘남자’는 결혼을 위해 필요한 걸 전부를 빌려 와. 저택, 의상, 장식, 하인까지도 말이야. '시간이 되면, 말없이 가져간다'는 규칙과 함께. 제목만 보면 마치 ‘로맨스’로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 점..
2026.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