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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미장센2

[Scene #52]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미스 줄리』 : 잠들지 않는 백야(Midnight Sun)와 ‘부엌’이라는 추락의 무대 1. 프롤로그: 밤도 아니고 아침도 아닌 시간은 사람을 흔든다밤을 새본 적 없는 사람은 없지? 난 요즘 지나칠 정도로 일찍 잠이 들지만, 예전 영상작업을 한참 할 땐 밤샘 작업이 일상이기도 했거든. 밤을 새우다 보면 밤공기와 새벽공기가 다르다는 걸 알 거야. 새벽 4-5시 전후쯤?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바뀌는 타이밍이 딱 그 시간대지. 요즘은 겨울이라 좀 더 이후쯤? 무튼 몸은 지쳐 있는데, 그 틈을 타서 평소엔 지켜지던 선이 조금 헐거워지기도 하는 시간이 바로 새벽인 것 같아. 스트린드베리의 『미스 줄리』는 그 ‘경계가 풀리는 시간’에 벌어지는 사고야. 하지 축제(Midsummer)의 밤, 바깥은 잠들지 않는 백야의 빛으로 계속 밝고, 저택의 지하 부엌은 열기와 냄새로 꽉 차 있어. 백작의 딸 줄리는 아.. 2026. 1. 12.
[Scene #49] 샘 셰퍼드 『트루 웨스트』 : 엔트로피의 미장센과 혼합 광원의 충돌 1. 프롤로그: 내 안의 야수는 언제 튀어나오는가영상편집을 할 땐 항상 밤샘작업의 연속이었어. 그렇게 밤을 새 가며 편집을 하다 보면, 유지하던 컨트롤이 느슨해지는 순간이 꼭 오곤 해. 아무리 집중을 해도 수정은 계속되고, 작업도 길어지고, 그러는 동안 커피는 차갑게 식어 있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몸은 점점 한계를 느끼더라. 다 엎어버리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올라오면 꾹 참고 견뎌내야 하지. 영상편집만 그러할까? 우린 보통 일상에서 꼭 밤샘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참고 견뎌내야만 하는 순간을 살고 있잖아.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마다 탈출하고 싶은 충동이, 참아냈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닌 거지. 샘 셰퍼드의 『트루 웨스트』는 그 억눌린 충동이 ‘형제’라는 형태로 눈앞에 나타난 작품인.. 2026.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