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리어왕1 [Scene #34] 고선웅 『리어외전』 : 비극을 희극으로 비트는 광각 렌즈(Wide Angle)의 왜곡과 속도감 1. 프롤로그: 웃음이 먼저 나오면, 이미 무너진 거다가끔 그런 날 있지 않아? 진짜로 속상한 일이 닥친 거야. 그런데 이상하게 웃음이 먼저 나오는 날 말이야. 설마 웃겨서 웃었을까... 사실, 상황이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슬퍼할 타이밍조차 놓쳐버리는 순간인 거지. 그 웃음은 낙천도 위로도 아니고, 그냥 ‘정신이 버티는 방식’에 가깝겠지. 고선웅의 『리어외전』은 바로 그 웃음을 무대 위에 올려놓는 작품인 듯 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고통을 천천히 씹어 삼키는 비극이라면, 『리어외전』은 그 고통을 한 번에 삼켰다가 기침처럼 터뜨려 버려. 인물들은 품위를 지키며 무너지는 대신,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더 빠르게 무너져. 그래서 우리는 웃는데, 웃다가 갑자기 목이 잠기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지. 그래서 오늘.. 2026. 1.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