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23] 외젠 이오네스코 『대머리 여가수』 : 언어의 파괴를 시각화하는 대칭 구도(Symmetry)와 무감정의 조명 연출
1. 프롤로그: 대화는 오가는데, 사람은 남지 않는다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말이야, 말을 안 하고 살 순 없잖아? 예전에 영상편집을 프리랜서로 할 땐, 스터디카페에 앉아서 혼자 작업하느라 말을 할 일이 없었지만, 직장은 다르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나와 다른 누군가와 항상 소통을 해야 업무가 돌아가는 거잖아. ‘네, 확인했습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자료 공유드립니다’.... 그러다 문득, 오늘 내가 한 말 중에 진짜 내 마음이 묻어난 문장이 몇 개나 있었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어? 매 순간 상대를 향해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를 피해 매뉴얼을 낭독하고 있는 건 아닐까?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는 바로 그런 의심을 무대 위로 끌어올려서, 웃기는 척 하면서도 속을 서늘..
2025.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