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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해석10

[Scene #13]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 : 몽환적 분위기 연출을 위한 렌즈 필터 활용과 판타지적 색보정(Color Grading) 1. 프롤로그: 그땐 왜 그렇게 미쳐있었을까가끔 학창 시절의 연애를 떠올리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을 때가 있지 않아? 하이틴 드라마의 주인공 그 자체였잖아! 하~ 그때 생각 하면 진짜... 흐흐. 그 사람 아니면 죽을 것 같고, 새벽까지 전화기 붙들고 울고불고, 말도 안 되는 질투에 눈이 뒤집히고 하고 말이야…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아보면 이불 킥하고 싶을 정도야. 나만 그런 건 아니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 그런 상태를 코미디로 만들어버린 작품같아. 이 작품 속 연인들은 하룻밤 사이에 마음이 ‘갈아엎어져’. 어제까지 죽자 살자 매달리던 사람이 갑자기 남처럼 느껴지고,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에게 목숨을 바치겠다고 맹세하거든. 나는 여기서 ‘사랑의 묘약’이 단순한 마법 장치가 아니라, 사랑이.. 2025. 12. 24.
[Scene #12] 이강백 『파수꾼』 : 보이지 않는 공포를 형상화하는 오프 스크린 사운드(Off-screen Sound)와 공간 연출 1. 프롤로그: 우리는 어떤 공포를 소비하는가요즘, 유튜브를 보든 SNS를 보든 말이야... 세상 돌아가는 거 보다 보면 그런 생각 들지 않아? 어디선가는 늘~ “위기다”를 만들고, 누군가는 그 위기를 “관리한다”는 얼굴로 서 있잖아. 그게 뉴스든, 회사 회의든, 커뮤니티든… 늘 어딘가엔 가상의 적이 존재하더라고... 아마 그래야 사람들이 뭉치고, 그래야 불안이 돈이 되고, 그래야 누군가의 말이 법이 되기 때문인 걸까? 이강백의 희곡 『파수꾼』은 바로 그 만들어진 공포의 작동 방식을 다루는 이야기야. 황야의 망루 위 파수꾼들은 매일 밤 북을 두드려 “무언가가 온다”를 외치거든. 마을은 떨고, 질서는 강화되고, 파수꾼의 존재는...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지. 근데 어느 날, 소년 파수꾼이 자기 눈으로 확인.. 2025. 12. 23.
[Scene #11] 셰익스피어 『햄릿』 : 자아 분열을 시각화하는 거울 반사(Reflection) 숏과 독백 씬의 조명 설계 1.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머릿속에서 리허설을 한다살면서 그런 적 있지 않아? 상사에게 한마디 꽂아 넣고 싶은데, 입 밖으로는 못 내고 머릿속에서만 연습하는... 뭐 그런?'이 타이밍이면 이길까?', '근데 저 인간, 반격하면 더 피곤해지겠지?', '내가 지금 감정적인 건가… 아니면 그동안 참아온 게 터진 건가?'어떤 경우는 행동을 먼저 하고, 나중에 후회를 하기도 하지. 오늘 살펴볼 햄릿은 반대야. 그는 행동을 하기 전에 후회를 먼저 하지. 심지어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대해, 이미 죄책감과 정당화를 동시에 품고 있는 거야. 그래서 칼이 늦게 뽑히는 게 아니라, 생각이 너무 빨리 뽑히는 사람인 거지.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400년 넘게 살아남은 이유는, 왕자라서가 아니지. 햄릿이 지독한 ‘검열하.. 2025. 12. 23.
[Scene #10] 차범석 『산불』 : 대나무 숲의 명암 대비(Contrast)와 인간의 본능을 상징하는 붉은 조명 미장센 1. 프롤로그: 이념은 옷, 본능은 피부요즘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 뭐냐면,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주의(-ism)’와 싸우잖아? 정치색, 사회적 신념, 갈라 치기 같은 것들 말이야. 겉으로는 거창한 명분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막상 극한 상황에 닥치면 사실, 인간은 되게 단순해지지. 배고프면 밥을 찾고, 추우면 불을 찾고, 외로우면 체온을 찾잖아? 그러니까 명분은 겉옷이고, 결국 우리를 밀어 움직이는 건 피부에 달라붙은 본능이더라는 거지. 차범석의 『산불』은 한국전쟁이라는 가장 비극적인 배경을 깔고 있지만, 잘 보면 단순한 전쟁극은 아니야. 오히려 재난 스릴러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지독하게 멜로 같아. 남자들은 죽거나 끌려가고, 여자들만 남은 산골 마을. 그곳에 숨어든 한 명의 .. 2025. 12. 22.
[Scene #08] 안톤 체홉 『세 자매』 :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을 그리는 소실점(Vanishing Point) 구도와 정지 화면 연출 1. 프롤로그: 우리는 왜 ‘언젠가’를 사는가나는 요즘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꿈꾸면서 오늘을 견디는 날이 많아지는 것 같아. “이번 프로젝트만 다 끝나면”, “이번 대출만 다 정리되면”, “자리만 좀 잡히면”… 뭐,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 마치, 지금의 삶은 진짜 삶이 아니라 리허설이거나 대기실인 것처럼 느낄 때가 있잖아. 진짜 행복은 저 멀리 있는 ‘그곳’에 도착해야만 시작될 것처럼 말이야. 근데 이상하지? 그 ‘언젠가’가 가까워지면, 우리는 또 다른 ‘언젠가’를 만들거나 혹은 만들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돼. 오늘은 자꾸 밀려나는 것 같아. 오늘은 계속 임시가 돼. 체홉의 『세 자매』는 바로 그 '유예된 삶'에 대한 보고서인 듯 해. 올가, 마샤, 이리나. 교양 있고 섬세한 세 자매는 시골.. 2025. 12. 21.
[Scene #07] 테네시 윌리엄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환상과 현실의 충돌을 표현하는 조명 확산(Diffusion) 필터와 색채 대비 1.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필터’가 필요해나는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을 때 항상 기본 카메라로 찍거든? 근데 주변에서 사진 찍을 때 보면, 진짜 나처럼 기본 카메라만 쓰는 사람 거의 없는 것 같더라고. 필터를 씌우고, 밝기랑 톤을 올리고, 잡티도 지우고... 화장도 필터로 해주던데? 와... 엄청난 기술들 ㅎㅎ. 이런 기술은 왜 이렇게까지 발전해 온 걸까 생각해 보면, 그만큼 소비자들이 원했기 때문이겠지? 왜 그렇게 원했던 걸까? 결국, 거울 속의 적나라한 ‘나’보다, 조금 가공된 ‘나’가 더 견디기 쉬워서인 걸까?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블랑쉬는 딱 그런 상징성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아. 밝은 대낮을 싫어하고, 형광등 같은 냉정한 빛을 견디지 못해. 대신 반드시 종이 전등갓(P.. 2025.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