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분석2 [Scene #42] 에드워드 알비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 환상이 걷히는 새벽, 하드 라이트가 남기는 ‘잔해’의 미장센 1. 프롤로그: 파티가 끝난 뒤, 불 켜진 거실에서 남는 얼굴오늘은 퇴근 후 방에 들어오는 순간 느꼈어. 오늘 하루 참... 길었다는 걸. 밖에서는 멀쩡한 척 웃고 떠들며 사람들과 맞춰주다가, 퇴근 후 현관문 닫고 불을 켰는데 매일 보는 환경이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날 있잖아? 이런 날은 밝아진 조명 아래서 숨겨뒀던 피로감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보이더라고. 아까까지는 괜찮았던 표정이, 지금은 피곤하고 무표정하게 굳어 있는 거지. 에드워드 알비의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는 바로 그 순간을 밤새 늘려놓은 작품같아. 중년 부부 조지와 마사는 손님을 불러놓고도 서로를 배려하지 않지. 대화는 자꾸 칼끝으로 바뀌고, 농담은 모욕으로 착지하고, 사소한 말이 관계 전체를 흔들기도 해. 중요한 건, 싸움의 .. 2026. 1. 7. [Scene #40] 유치진 『토막』 : 흙무덤 같은 집, 폐쇄된 공간의 텍스처와 희망의 부재 1. 프롤로그: 빛이 잘 닿지 않는 방이 사람을 바꾼다나는 40대인데도 여전히 원룸생활을 하고 있어. 요즘은 워낙 1인 가구가 많다 보니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사실 많은 경우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긴 해. 초등학교 때 배우기 론 의식주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라고 알았지만, 그중 '주'가 되는 집은 과연 기본적인 요소가 맞는건가 싶을 정도로 많은 고민을 하게 하지. 나만 그럴까? 월세, 전세, 대출, 이사... ‘사는 환경’이 중요한 이유는 ‘사는 방식’까지 바꿔버리는 걸 너무 자주 경험해 봤기 때문 아닐까? 유치진의 『토막』은 그 문제를 더 아래로 끌고 내려가는 작품인 것 같아. 반지하보다 더 깊고, 창문보다 문틈이 먼저 떠오르는 집. 땅을 파고, 얇은 재료로 겨우 덮어 만든 토막(土幕.. 2026. 1.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