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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장면분석3

[Scene #52]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미스 줄리』 : 잠들지 않는 백야(Midnight Sun)와 ‘부엌’이라는 추락의 무대 1. 프롤로그: 밤도 아니고 아침도 아닌 시간은 사람을 흔든다밤을 새본 적 없는 사람은 없지? 난 요즘 지나칠 정도로 일찍 잠이 들지만, 예전 영상작업을 한참 할 땐 밤샘 작업이 일상이기도 했거든. 밤을 새우다 보면 밤공기와 새벽공기가 다르다는 걸 알 거야. 새벽 4-5시 전후쯤?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바뀌는 타이밍이 딱 그 시간대지. 요즘은 겨울이라 좀 더 이후쯤? 무튼 몸은 지쳐 있는데, 그 틈을 타서 평소엔 지켜지던 선이 조금 헐거워지기도 하는 시간이 바로 새벽인 것 같아. 스트린드베리의 『미스 줄리』는 그 ‘경계가 풀리는 시간’에 벌어지는 사고야. 하지 축제(Midsummer)의 밤, 바깥은 잠들지 않는 백야의 빛으로 계속 밝고, 저택의 지하 부엌은 열기와 냄새로 꽉 차 있어. 백작의 딸 줄리는 아.. 2026. 1. 12.
[Scene #51] 다리오 포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 : 권력을 조롱하는 광각(Wide Angle)의 왜곡과 창문의 역설 1. 프롤로그: 코미디가 뉴스보다 더 또렷할 때방송을 보다보면 NG모음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잖아. 난 그거 보는게 그렇게 재미 있더라고. 나 역시 편집을 하다 보면 촬영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튀어나온 NG장면들 보면 나만 보기 아까워서 항상 영상 끝에 모아놓곤 했었어. 보통 대사나 동작이 틀렸는데, 그 순간 사람의 반사신경이 그대로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지. 누가 책임을 피하려고 먼저 말을 던지고, 누군 얼버무리며 웃고, 누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그 몇 초가, 잘 다듬어진 ‘OK’보다 훨씬 많은 걸 말해줄 때가 있어. 다리오 포의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은, 권력의 말실수와 변명, 말 바꾸기가 한 장면씩 쌓여서 스스로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동극이야. 배경은 경찰서. 조사받던 .. 2026. 1. 12.
[Scene #47] 야스미나 레자 『아트』 : 하얀 캔버스의 텍스처와 관계를 해부하는 플랫 라이팅 1. 프롤로그: 같은 흰색을 보고도, 왜 우리는 다르게 말할까가끔 촬영하는 분들 보다보면, 흰색 종이 앞에서 카메라를 조작하는 장면 본 적 있어? 바로 화이트밸런스를 맞추는 거거든. 이유는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해. 흰색을 같은 흰색으로 보이게 하려고 하는 거지. 찍는 환경이나 조도에 따라 카메라에 담기는 색상의 밸런스가 다 다르거든. 그걸 흰색으로부터 최대한 통일시켜야 나중에 색상편집할 때 수월해지거든.그런데 진짜... 촬영 편집을 하다보면, 힘들게 수치가 맞춰도 어떤 컷은 좀 더 차갑고 어떤 컷은 좀 더 누렇게 뜨는 경우가 늘 있어. 참... 힘들게 하지. 색만 그럴까? 색은 맞는데 정서가 어긋난 상태. 사람 관계도 딱 그럴 때가 있잖아? 같은 일을 겪고, 같은 말을 들었는데, 누군가는 ‘별일 아니야’.. 2026.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