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키조명2 [Scene #48] 베르나르 베르베르 『심판』 : 무한한 백색 호리존과 선택의 무게를 드러내는 소프트 블룸 1. 프롤로그: 인생의 로그파일을 검사받는 시간혹시 그거 알아? 단 1초 2초의 결과물을 위해 짧게는 몇 십분, 길게는 시간단위로도 작업하는 게 영상작업이야. 그래서 가끔 영상 편집을 끝내고 렌더링을 걸다 보면 이런 상상을 하곤 해. ‘결과물뿐만 아니라, 누군가 내 타임라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프레임 단위로 본다면 어떨까?’ 하고 말이야. 너무 자연스러워서 몰랐지만 엄청난 노력의 흔적들을 볼 수 있을 것이고, 혹은 어디서 컷을 숨겼는지, 실수를 덮었는지, 또 일부러 흐리게 처리했는지까지 전부 볼 수 있는 거지.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인생이 그 정도로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다면, 죽은 뒤의 그 사람의 타임라인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희곡 『심판』은 그 장면을 아주 직접적으로 펼쳐 놓는 작.. 2026. 1. 10. [Scene #46] 사무엘 베케트 『행복한 날들』 : 차오르는 흙더미의 구속과 가혹한 하이 키 조명의 역설 1. 프롤로그: 너는 지금, 어디까지 잠겨 있는 기분이야?지금의 나는 직장생활을 해. 그래서 시키는 것만 잘하다가 퇴근하면 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 프리랜서로 영상편집을 할 땐 모든 계획과 할 것을 내 주관으로 해야만 했거든. 그렇게 방 안에서 일을 하거나 혹은 멍하니 있다 보면, 그런 느낌 들 때가 있어. 하루가 끝나갈수록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느낌? 할 일은 늘어나고, 책임은 쌓이고, 난 그대로인데 마음은 답답해지는 거지. 하지만 그럴 때도 이렇게 이겨 냈어. ‘괜찮아.’ ‘별일 없어.’ 표정도 적당히 맞추고, 루틴도 끝까지 굴려보려고 했거든. 사무엘 베케트의 『행복한 날들(Happy Days)』은 그 상태를 무대 위에 아주 단순한 그림으로 올려놓은 .. 2026. 1.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