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38] 윌리엄 셰익스피어 『리어왕』 : 폭풍우 속의 '벌거벗은 인간', 그 제로 포인트(Zero Point)의 미장센
1. 프롤로그: 명함이 사라진 뒤에도, 너는 너로 남을 수 있을까2026년 새해에는 무엇을 쌓고 있어? 쌓지 못한 것들? 혹은 쌓여 있으나 더 쌓아야 할 것들...? 예를 들면 직함이나 경력, 통장 잔고, 집의 크기, 팔로워 숫자 등. 아, 내가 이 말을 꺼내는 건 그게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야. 그 덕분에 버티는 날도 많으니까. 다만 가끔은 말이야, 그 모든 게 ‘나’의 중심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서, 오늘 살펴볼 작품과 함께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해서. 만약 어떤 밤에, 그 중심이 통째로 사라져 버린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 있어? 내 이름 앞에 붙은 직함이나 호칭들이 사라지고, 내가 내세우던 배경이 한 장씩 떨어져 나가고, 결국 남는 게 ‘살아 있는 몸’ 하나뿐이라면. 그때도 우리는 스스..
2026. 1. 5.
[Scene #10] 차범석 『산불』 : 대나무 숲의 명암 대비(Contrast)와 인간의 본능을 상징하는 붉은 조명 미장센
1. 프롤로그: 이념은 옷, 본능은 피부요즘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 뭐냐면,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주의(-ism)’와 싸우잖아? 정치색, 사회적 신념, 갈라 치기 같은 것들 말이야. 겉으로는 거창한 명분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막상 극한 상황에 닥치면 사실, 인간은 되게 단순해지지. 배고프면 밥을 찾고, 추우면 불을 찾고, 외로우면 체온을 찾잖아? 그러니까 명분은 겉옷이고, 결국 우리를 밀어 움직이는 건 피부에 달라붙은 본능이더라는 거지. 차범석의 『산불』은 한국전쟁이라는 가장 비극적인 배경을 깔고 있지만, 잘 보면 단순한 전쟁극은 아니야. 오히려 재난 스릴러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지독하게 멜로 같아. 남자들은 죽거나 끌려가고, 여자들만 남은 산골 마을. 그곳에 숨어든 한 명의 ..
2025.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