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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5] 테네시 윌리엄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 허위(Mendacity)를 시각화하는 습한 텍스처와 클로즈업 분석 1. 프롤로그: ‘괜찮다’는 말이 방 안의 공기를 썩게 할 때우린 주로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에 말이야, 안부 같지만 사실은 확인에 가까운 말들을 하잖아? 뭔지 알지? ‘요즘 어때’, ‘잘 지내지’, ‘괜찮지’ 같은...? 흐흐... 우린 여기서 ‘괜찮다’는 대답은 진짜 상태 보고가 아니라는 걸 알잖아. 그 자리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한 통행증처럼 쓰일 때도 많고 말이야.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는 배려라고 믿지만, 그 배려가 쌓이면 어느 순간부터 배려가 아니라 압력이 되기도 하지. 말하지 않은 것들이 방 안의 습기처럼 붙어버려서, 숨을 크게 들이마실수록 더 답답해지는 그런 압력... 테네시 윌리엄스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는 그 압력을 ‘대사’로만 밀어붙이지 않아.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후.. 2025. 12. 30.
[Scene #24]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 진실의 과노출(Over Exposure)과 암전(Blackout)의 시각적 대비 분석 1. 프롤로그: 진실을 원한다는 말의 함정요즘처럼 정보과잉 시대를 살다 보면 말이야,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이제는 헷갈리지 않아? 숏폼 영상에서 쏟아지는 마치 전문성 있는 듯한 지식영상들도, 사실 알고 보면 전문가도 아니면서 전문가인 척 만든 거짓정보가 넘쳐나잖아. 그래서 앞으로는 점점 그 정보들 속에서 팩트를 찾아내는 게 과제가 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싶어. 흔히,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할 때, 그 문장에는 종종 단서가 숨어 있긴 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혹은 내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라는 단서 말이지. 그래서 진실은 늘 양을 조절해 삼키는 음료처럼 취급되는 것 같아. 너무 진하면 속이 뒤집히고, 너무 맑으면 아무 맛도 남지 않으니까.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그 타협을 .. 2025. 12. 29.
[Scene #23] 외젠 이오네스코 『대머리 여가수』 : 언어의 파괴를 시각화하는 대칭 구도(Symmetry)와 무감정의 조명 연출 1. 프롤로그: 대화는 오가는데, 사람은 남지 않는다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말이야, 말을 안 하고 살 순 없잖아? 예전에 영상편집을 프리랜서로 할 땐, 스터디카페에 앉아서 혼자 작업하느라 말을 할 일이 없었지만, 직장은 다르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나와 다른 누군가와 항상 소통을 해야 업무가 돌아가는 거잖아. ‘네, 확인했습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자료 공유드립니다’.... 그러다 문득, 오늘 내가 한 말 중에 진짜 내 마음이 묻어난 문장이 몇 개나 있었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어? 매 순간 상대를 향해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를 피해 매뉴얼을 낭독하고 있는 건 아닐까?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는 바로 그런 의심을 무대 위로 끌어올려서, 웃기는 척 하면서도 속을 서늘.. 2025. 12. 29.
[Scene #22] 셰익스피어 『맥베스』 : 붉은색 젤 필터(Red Gel) 활용과 하이 앵글(High Angle)의 시각적 연출 분석 1. 프롤로그: 달려서 얻은 자리에서, 숨이 먼저 끊긴다살다 보면 실패를 안 하는 사람 없잖아? 나도 그래. 정말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거든. 아니지, 더 정확히는 실패라는 걸 안 해본 적을 기억하기가 어려울 정도야. 하지만 말이야. 진짜 무서워하는 건 실패가 아니라, 성공한 뒤에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 같아. ‘이것만 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믿었던 목표를 손에 쥔 순간에도, 마음이 조용해지지 않는 거... 오히려 그때부터 더 또렷해지지. 다음 목표, 그리고 다음 증명, 또 그리고 다음 불안... 마치 챗바퀴처럼 돌아가듯이 말이야.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그 챗바퀴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아주 차갑게 보여주는 것 같아. 맥베스는 왕관을 얻었는데, 동시에 잠을 잃고, 사람도 잃고, 마지막엔 자기 자신까.. 2025. 12. 28.
[Scene #21] 데이비드 마멧 『글렌게리 글렌 로스』 : 자본주의적 욕망의 네온 누아르(Neon Noir) 미장센과 망원 렌즈 해석 1. 프롤로그: 숫자가 사람을 대신 말하는 날들연말뿐만 아니라, 매월 말, 혹은 평가 시즌만 되면 회사의 공기는 평소와 다르잖아? 특히 영업직군이라면 말이야. 뭔가... 무거워. 대화도 평소보다 조심스럽고, 눈치게임이 시작되는 느낌? 그때부터는 노력이나 과정이 아니라 숫자로 내가 평가 받게 되니까. ‘열심히 했다’는 문장은 뭐... 이미 증발해 있고,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지. ‘그래서 결과가 뭐야?’ 『글렌게리 글렌 로스』는 그 질문이 일상이 되어버린 공간을 보여줘. 여기서 판매는 설득이 아니라 생존이고, 동료는 팀이 아니라 경쟁자고, 침묵은 곧 패배처럼 취급돼. 보상은 번쩍이고, 낙오의 처분은 차갑지. 그래서 이 세계는 ‘회사’보다 ‘경기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 성과가 나쁘면 의자도, 말할 권리.. 2025. 12. 28.
[Scene #20] 안톤 체홉 『바냐 아저씨』 : 35mm 렌즈로 포착한 일상의 무력감과 '매직 아워(Magic Hour)' 조명 활용 1. 프롤로그: 억울함은 울음보다 먼저 목을 조른다내 경우, 가끔은 슬퍼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억울해서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것 같아. 참을 만큼 참았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거울을 보니까, 참은 만큼의 보상이 아니라 참은 만큼의 공백만 남아 있을 때가 있거든. 그 공백이 사람을 참... 미치게 하지. 울음은 흐르기라도 하는데, 억울함은 안에서 굳어져버려. 그래서 더 위험해지지.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는 그 굳어버린 억울함이 어딜 향해 튀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바냐는 평생을 영지의 장부와 일손에 묶어두고, 누군가의 명성과 이름을 위해 시간을 송금해 온 사람이야. 그런데 은퇴하고 돌아온 교수는, 바냐가 떠받치던 ‘위대함’의 실체를 너무 허무하게 드러내버려. 그 순간 바냐가 깨닫는 건 하.. 2025.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