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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37] 장 주네 『하녀들』 : 거울 속의 연극놀이, 반사(Reflection)와 왜곡된 자아의 미장센 1. 프롤로그: 너는 오늘, 어떤 얼굴로 살아남았어?가끔 거울을 보면 내 모습이 어색할 때가 있지 않아? 나는 특히 영업일을 할 때 더 그랬던 것 같아. 상대방의 비위를 맞춰 주느라 하루 종일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적당히 맞춰주다가 집에 와서 불 꺼진 화면에 비친 얼굴을 보면, 내가 방금까지 '나'의 모습이었는지, 혹은 '가면'의 모습이었는지 갑자기 낯설어지는 순간이 오더라고.나만 그런건 아니지? 결국 우리는 일상 속에서 '상황마다' 다른 역할을 갈아입고 살잖아. 문제는 한 역할을 너무 오래 끼고 있으면, 어디부터가 가면이고 어디까지가 내 진짜 피부였는지 잊어버린다는 거지. 장 주네의 『하녀들』은 그 지점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인 것 같아. 이건 계급 이야기이기도 하고, 욕망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나는 .. 2026. 1. 5.
[Scene #36] 닐 사이먼 『굿 닥터』 : 빈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Spotlight)가 만드는 고독과 진심의 질감 1. 프롤로그: 우리는 늘 누군가의 ‘고개 끄덕임’을 기다리고 산다돌아보면 나도 20대 땐 참 저돌적이고 공격적이었던 것 같아. 무조건 될 거라는 긍정회로는 어디서부터 왔었는지, 그 믿음만 가지고 여기저기 오디션도 참 많이 보러 다녔고 말이야. 노래도 안되면서 뮤지컬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 제대로 외운 대본 하나 없이 연기오디션도 보고 그랬거든. 그 모든 게 내 춤 하나로 커버 될 거라는 자신감? 당연히 대부분 탈락이었지만 그 와중에 춤이 중심인 작품들이 있어서 운 좋게 무대에도 오르고 했었지. 근데, 그렇게 자신감 넘치고 저돌적이었으면서 말이야. 이상하게 무대에 서기 전엔 꼭 숨이 얕아져. 연습도 철저히 하고 무대를 씹어먹을 듯이 준비했는데, 몸이 굳어버린 것 같고, 괜히 화장실 한 번 더 가야 할 것.. 2026. 1. 4.
[Scene #35]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 : 질투를 시각화하는 필름 누아르(Film Noir) 조명과 블라인드 그림자 1. 프롤로그: 한 번 떠오른 의심은, 눈보다 먼저 귀에 붙는다지난 한 해 내 마음이 망가졌던 경험 얼마나 있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가만~히 돌아보면, 사람 마음을 망가뜨리는 건 꼭 거대한 사건만은 아니더라고. 오히려 ‘별말 아닌 척’ 던진 한 문장, 그게 오래 남지. 내가 듣고 있는줄 모르고 누군가가 ‘그 사람 요즘 좀 별로야’ 라며 뱉은 말을 듣게 된다면 참 힘들어. 영화 『인셉션』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기생충이 '생각'이라고 했잖아. 맞는 것 같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계속 생각하게 되고,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거지. 그 사람의 웃음은 비웃음 같고, 친절도 가식 같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그 심리의 함정을 정교하게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아. 장군 오셀로는 전쟁터에선 흔.. 2026. 1. 4.
[Scene #34] 고선웅 『리어외전』 : 비극을 희극으로 비트는 광각 렌즈(Wide Angle)의 왜곡과 속도감 1. 프롤로그: 웃음이 먼저 나오면, 이미 무너진 거다가끔 그런 날 있지 않아? 진짜로 속상한 일이 닥친 거야. 그런데 이상하게 웃음이 먼저 나오는 날 말이야. 설마 웃겨서 웃었을까... 사실, 상황이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슬퍼할 타이밍조차 놓쳐버리는 순간인 거지. 그 웃음은 낙천도 위로도 아니고, 그냥 ‘정신이 버티는 방식’에 가깝겠지. 고선웅의 『리어외전』은 바로 그 웃음을 무대 위에 올려놓는 작품인 듯 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고통을 천천히 씹어 삼키는 비극이라면, 『리어외전』은 그 고통을 한 번에 삼켰다가 기침처럼 터뜨려 버려. 인물들은 품위를 지키며 무너지는 대신,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더 빠르게 무너져. 그래서 우리는 웃는데, 웃다가 갑자기 목이 잠기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지. 그래서 오늘.. 2026. 1. 3.
[Scene #33] 안톤 체홉 『벚꽃 동산』 :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딥 포커스(Deep Focus)와 소리의 잔상 1. 프롤로그: 버리지 못하는 건 물건이 아니라, 시간이다새 해를 맞이해서 방 정리를 하는 분들도 많지 않아? 나는 아마 방정리 한 번 시작하면, 70% 이상은 버릴 것들일 듯...생각해 보면 말이야, 어떤 물건은 분명 오래전에 역할을 끝냈는데도, 이상하게 손이 안 가는 폐기물이 되잖아. 낡아서 쓸 수 없고, 고쳐도 딱히 쓸 일이 없는데도, ‘그걸 치우는 순간’ 뭔가 더 큰 게 사라질 것 같아서... 사실 우리가 붙잡는 건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에 묻어 있는 의미나 추억 또는 시간이겠지? 안톤 체홉의 『벚꽃 동산』은 그 ‘버리지 못하는 시간’이 집을 통째로 삼켜버리는 이야기야. 당장 현실은 정리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정리 대신 추억을 빛내는 말만 더해. 체홉이 이 작품을 희극이라고 부른 건 잔인해서가 .. 2026. 1. 3.
[Scene #32] 해롤드 핀터 『생일파티』 : 핀터레스크(Pinteresque)의 공포를 시각화하는 조명 단절(Blackout)과 프레임의 고립 1. 프롤로그: 가장 익숙한 방이, 가장 낯선 방이 되는 순간2026년의 첫 출근 후 퇴근. 오늘 하루도 다들 고생 많았어. 난 첫 출근 후 황급히(?) 집으로 피난 왔어! 난 집이 나만의 은신처거든. 사람은 다 자기만의 은신처가 있잖아. 누가 뭐라 해도, 오늘 하루가 아무리 어긋나도, 문만 닫으면 잠깐은 숨이 돌아오는 곳. 내 방이든, 자주 가는 카페의 구석 자리든, 익숙한 냄새와 익숙한 소리로 나를 달래주는 작은 장소 말이야. 하지만 핀터는 그 은신처를 ‘가장 약한 지점’으로 바꿔버려. 바깥의 위협이 아니라, 안쪽에서부터 안전감이 무너지는 방식이지. 『생일파티』가 무서운 건 괴물이 나오고 막 그래서가 아니야.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라서 더 무서운 거지. 낯선 두 사람이 뭔가 막~ 큰 소리를 치지 않는데.. 2026. 1. 2.
[Scene #31] F.G. 로르카 『피의 결혼』 : 초현실적 색채 대비(Color Contrast)와 의인화된 달빛의 조명 연출 2026년 첫 출근 전 포스팅이야! 다들 멋지게 시작하자고!자, 그럼 오늘 이야기 한 번 해볼까? ㅎㅎ1. 프롤로그: 억누를수록 더 붉게 터지는 것들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참 많은 걸 참고 살잖아? 하고 싶은 말, 움켜쥐고 싶은 욕망, 터뜨리고 싶은 분노 같은 것들을 ‘이성’이라는 두꺼운 벽 뒤에 숨겨두고 말이야. 근데 잘 숨겨져? 감정이라는 게 내가 가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잖아. 오히려 쌓이고 쌓여서 응축되어 있지. 마치 압력밥솥처럼 내부의 열을 올리면서, 언젠가 뚜껑이 열릴 순간을 기다리듯이 말이야. 그래서 더 무서운 것 같아. 평소엔 멀쩡해 보이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바뀌기도 하니까.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피의 결혼』은 바로 그런 순간의 기록으로 이해하면 빠를 거야. 이 작품.. 2026. 1. 2.
[Scene #30]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 혁명의 바리케이드와 로우 앵글(Low Angle)의 웅장한 시각화 1. 프롤로그: 새해, 다시 깃발을 들 시간새해를 맞이한 첫날 벌써 하루가 다 지나가고 있어. 참~ 묘한 기분이 들어. 아침에 눈 비비며 떡국 대신 먹은 라면은 이미 다 소화 됐고, ‘올해는 진짜 다를 거야’ 했던 아~주 작은 설렘은 있었지만 벌써 잊혔어. 그리고 내일 아침엔 어김없이 출근을 할 것이고, 다시 돌아올 일정, 다시 익숙해질 일상. 매 년 돌아오는 새해는 점점 기쁘기보다는 묵직함을 남기는 것 같아.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우리에게 아주 단단한 문장 하나를 건네는 작품이야. ‘가장 어두운 밤이라도 내일은 반드시 온다’는 믿음. 이 작품의 인물들은 진창 속에서도 하늘을 보잖아. 빵 한 조각에서 시작된 삶이 촛대 하나로 방향을 바꾸고,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마침내 바리케이드 위의 깃.. 2026. 1. 1.
[Scene #29] 손톤 와일더 『우리 읍내』 : 일상의 영원성을 시각화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색온도(Color Temperature) 대비 1. 프롤로그: 새해, 다시 시작될 보통의 날들을 위하여우리 모두... 또 한 살 먹었어. 슬프다. ㅎㅎ 오늘처럼 새 해의 달력이 바뀌는 순간이 오면, 마음속으로부터 뭔가 거창한 변화를 예약해 두기 마련이잖아? ‘올해는 진짜 다르게 살 거야’ 같은 다짐들... 근데 솔직히 말하면 1월 1일부터 나를 기다리는 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환경은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 결국 어제와 똑같은 출근길과 똑같은 일상, 똑같은 만남들 뿐이지. 그래서 새해의 설렘은 금방 반복의 체감으로 바뀌는 경험을 얼마나 자주 해왔어. 손톤 와일더의 『우리 읍내』는 그 반복을 ‘지루함’으로 몰아가지 않고, 아주 조용히 뒤집어 보여주는 것 같아. 우리가 지겹다고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기적 같은 촘촘함으로 삶을 지탱하는.. 2026.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