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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9] 사무엘 베케트 『엔드게임』 : 부조리극의 회색조(Grey Tone) 톤앤매너와 정적(Static) 앵글의 효과 1. 프롤로그: ‘아직도 안 끝났어?’살다 보면 가끔 그런 날 있지 않아? 가슴이 턱 막히는 순간 말이야. ‘언제쯤이면 나도 좀 숨 좀 쉴 수 있을까?’ ‘난 도대체 언제까지 이 상태로 굴러가야하는거지?’ 멋진 삶을 떠올리다가도, 결국 다음 날 알람에 눈을 뜨면 어제와 같은 하루가 다시 시작돼 버리잖아.뭐... 박차고 나갈 용기만 있으면 될 것 같다가도, 막상 발목을 잡는 건 나 스스로의 책임이고 현실이 이어지지. 지금 당장 살아야 하는 오늘이니까. 그래서 자꾸 관성처럼, 그냥 굴러가게 되는 것 같아. 사무엘 베케트의 『엔드게임』은 그 감각을 아주 잔인하게 고정시켜. 장님에 앉은뱅이인 햄, 떠난다고 말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하인 클로브. 둘은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결국 같은 방 안에서 끝나지 않는 막판을.. 2025. 12. 27.
[Scene #18] 데일 와서맨 『맨 오브 라만차』 : 지하 감옥의 명암(Chiaroscuro) 대비와 극중극(Play within a Play) 시각화 1. 프롤로그: 제정신으로 살기엔 너무 팍팍한 세상가만 보면... 늘 세상은 꿈꾸는 사람들을 보고 손가락질하잖아? “철이 좀 덜 들었니?”, “현실 파악 좀 하지~” 같은 말로 말이야. 예전엔 듣는 입장이었다 한다면, 어느 순간에는 나도 그러고 있는 걸 발견하거든. 틀린 말... 은 아니지? 뭐, 딱 팩트만 놓고 본다면, 치열하게 현실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눈에 누군가는 대책 없는 몽상가처럼 보일 때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말이야, 또 한 편 생각해 보게 되면... 이 지독한 현실을 맨 정신으로 직시하면서 사는 것이 과연 진짜 ‘제정신’으로 정하는 게 맞는 걸까? 오히려 너무 끔찍한 현실을 버티기 위해, 스스로에게 조금의 마취제나 필터를 씌우는 게 인간의 생존 본능 아닐까 싶기도 하거든. 데일 와서맨의 『.. 2025. 12. 26.
[Scene #17] 조지 오웰 『1984』 : 디스토피아의 푸른 감시 조명(Electric Blue)과 CCTV 시점(Point of View) 연출 분석 1. 프롤로그: 예언은 틀렸다, 더 나쁜 쪽으로나는 1984년생이야. 그래서인지 제목만 봐도 눈이 먼저 갔던 책이 딱 이거였어. 근데 조지 오웰의 예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아.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맞긴 맞았는데 더 나쁜 방식으로 맞아버렸어. 오웰은 독재자 ‘빅 브라더’가 강제로 우리 방에 텔레스크린(감시 화면)을 설치할 거라고 했잖아. 근데 지금은 어때? 우리가 스스로 들고 다니잖아. 주머니 속 스마트폰 하나로 위치도, 취향도, 대화도—스스로 동의하고 넘겨버리지. '내가 감시받는 건 싫다'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편리함이랑 교환한 거 아닐까? 공포가 아니라 서비스로 말이야.오웰이 상상한 1984는 잿빛 감시였는데,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4K 화질의 감시잖아. 더 선명하고, 더 생생하게.. 2025. 12. 26.
[Scene #16] 알베르 카뮈 『이방인』 : 작열하는 태양의 과노출(Over Exposure) 기법과 감각적 실존주의 해석 1. 프롤로그: 연기하지 않는 자의 유죄살아가다보면 그런 순간 있지 않아? 장례식장인데 이상하게 눈물이 안나는거야. 정말 슬픈게 맞는데 말이야(물론 보통 그러다 아무도 없을 때 펑펑 울기도 하지). 하지만 보는 눈이 있으니 애써 통곡하며 눈물을 쥐어짜잖아. 그리고 반대 상황으로, 전혀 웃기지 않은 누군가의 농담엔 박장대소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지. 맞아, 우리는 매일 조금씩 감정을 연기하며 살아. 잘 못된게 아니라, 그게 암묵적으로 약속된 사회성이고 매너이니까. 근데 여기, 그 연기를 끝까지 못 하겠다는 남자가 있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속 뫼르소. 그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정답 감정’을 억지로 꺼내지 못해.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고, 사과해야 할 때도 자기 안에 없는 말을 억지로 만들지 않아.그래.. 2025. 12. 25.
[Scene #15] 프란츠 카프카 『변신』 : 인간 소외와 기괴함을 극대화하는 광각 렌즈 왜곡(Distortion)과 하이 앵글 분석 1. 프롤로그: ‘출근해야 하는데…’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말이야.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라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싫은 날이 꼭 있잖아? '하... 그냥 오늘 하루만… 사라지고 싶다.'근데 참 웃픈 현실은, 그렇게 몸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머릿속 맨 앞줄엔 늘 업무가 먼저 들어온다는 거야. 하핫! '오늘 회의는? 자료는? 연락은? 지각은?' 내 존재가 흔들려도, 사회 시스템은 멀쩡히 굴러간다는 공포... 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딱 그 지점에서 시작해! 주인공 그레고르는 아침에 눈을 떴는데… 사람이 아니라 벌레가 되어 있는거지! 근데 상상을 해봐. 보통이라면 비명을 질러야 정상 아니야? 하지만 이 사람은 먼저 시간표를 걱정해. 아이고~... 자기 몸이 붕괴했는데도, 업무를 먼저 계산하는.. 2025. 12. 25.
[Scene #14] 천승세 『만선』 :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는 수평선 구도(Composition)와 바다의 거친 질감 표현 1. 프롤로그: 우리는 무엇을 낚으러 바다로 가는가이제 연말이네. 이쯤 되면 친구들이나 동료들끼리의 송년회 모임 꼭 있지? 그리고 그렇게 모이는 자리에서 항상 나오는 주제가 있어. 바로... 주식, 코인, 부동산. 아, 로또도 있다! '이번 한 번만 잘 되면…' 그 한 방이 나의 쌓인 대출을 해결해 줄 것이고, 내 삶을 바꿔줄 것이며, 내 인생을 뒤집어줄 것이라고 믿는 거지. 흐흐. 근데 이상하지 않아? 그 ‘한 방’을 꿈꾸는 것은 좋은데, SNS에 비친 누군가의 그 한방을 이룬 삶의 결과는 늘 좋지 않은 것 같거든. 그들은 늘 중요한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을 놓치더라. 힘들 때 함께 술 한 잔 기울이던 얼굴들, 함께 속상해하고 울어주던 친구들, 그리고 웃음의 온도 같은 것들 말이야. 큰 성취를 이루.. 2025. 12. 24.
[Scene #13]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 : 몽환적 분위기 연출을 위한 렌즈 필터 활용과 판타지적 색보정(Color Grading) 1. 프롤로그: 그땐 왜 그렇게 미쳐있었을까가끔 학창 시절의 연애를 떠올리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을 때가 있지 않아? 하이틴 드라마의 주인공 그 자체였잖아! 하~ 그때 생각 하면 진짜... 흐흐. 그 사람 아니면 죽을 것 같고, 새벽까지 전화기 붙들고 울고불고, 말도 안 되는 질투에 눈이 뒤집히고 하고 말이야…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아보면 이불 킥하고 싶을 정도야. 나만 그런 건 아니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 그런 상태를 코미디로 만들어버린 작품같아. 이 작품 속 연인들은 하룻밤 사이에 마음이 ‘갈아엎어져’. 어제까지 죽자 살자 매달리던 사람이 갑자기 남처럼 느껴지고,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에게 목숨을 바치겠다고 맹세하거든. 나는 여기서 ‘사랑의 묘약’이 단순한 마법 장치가 아니라, 사랑이.. 2025. 12. 24.
[Scene #12] 이강백 『파수꾼』 : 보이지 않는 공포를 형상화하는 오프 스크린 사운드(Off-screen Sound)와 공간 연출 1. 프롤로그: 우리는 어떤 공포를 소비하는가요즘, 유튜브를 보든 SNS를 보든 말이야... 세상 돌아가는 거 보다 보면 그런 생각 들지 않아? 어디선가는 늘~ “위기다”를 만들고, 누군가는 그 위기를 “관리한다”는 얼굴로 서 있잖아. 그게 뉴스든, 회사 회의든, 커뮤니티든… 늘 어딘가엔 가상의 적이 존재하더라고... 아마 그래야 사람들이 뭉치고, 그래야 불안이 돈이 되고, 그래야 누군가의 말이 법이 되기 때문인 걸까? 이강백의 희곡 『파수꾼』은 바로 그 만들어진 공포의 작동 방식을 다루는 이야기야. 황야의 망루 위 파수꾼들은 매일 밤 북을 두드려 “무언가가 온다”를 외치거든. 마을은 떨고, 질서는 강화되고, 파수꾼의 존재는...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지. 근데 어느 날, 소년 파수꾼이 자기 눈으로 확인.. 2025. 12. 23.
[Scene #11] 셰익스피어 『햄릿』 : 자아 분열을 시각화하는 거울 반사(Reflection) 숏과 독백 씬의 조명 설계 1.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머릿속에서 리허설을 한다살면서 그런 적 있지 않아? 상사에게 한마디 꽂아 넣고 싶은데, 입 밖으로는 못 내고 머릿속에서만 연습하는... 뭐 그런?'이 타이밍이면 이길까?', '근데 저 인간, 반격하면 더 피곤해지겠지?', '내가 지금 감정적인 건가… 아니면 그동안 참아온 게 터진 건가?'어떤 경우는 행동을 먼저 하고, 나중에 후회를 하기도 하지. 오늘 살펴볼 햄릿은 반대야. 그는 행동을 하기 전에 후회를 먼저 하지. 심지어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대해, 이미 죄책감과 정당화를 동시에 품고 있는 거야. 그래서 칼이 늦게 뽑히는 게 아니라, 생각이 너무 빨리 뽑히는 사람인 거지.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400년 넘게 살아남은 이유는, 왕자라서가 아니지. 햄릿이 지독한 ‘검열하.. 2025. 12. 23.